
어쩌면 인터넷은 버리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처음 이 일이 한국에서 터졌을 때만 해도, 이 이야기를 영어로 다시 알릴 필요가 있나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원래 이 블로그는 영어로 운영된다) 나라망신이냐 마냐의 문제를 떠나서, 1인 매체(또는 미디어)에 해당하는 블로그에서 이런 사건이 연발적으로 터지고 한 나라가 술렁일 정도가 됬으니, 확실히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폐단을 알릴 일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넷, 인터넷 문화 또는 시장은 굉장히 기형적이고 왜곡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이 과격한 진단에 특별히 뛰어난 증거나, 뒷받침할 만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파워블로그? 우수블로그? 도대체 왜 “선정” 했을까
대부분의 파워블로거, 또는 우수블로거 (이하 파워블로거)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따지는 문제는 포털이 블로그를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포털 책임론” 으로 불리우는 이 이야기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독점적으로 포털이 컨텐츠를 제공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포털, 특히 네이버에 의한 독점이 심하다. 블로그마케팅 업체 중 수익이 가장 좋다는 프레스블로그를 보자. 이곳은 블로그마케팅을 한다기보다 실질적으로 네이버마케팅을 벌인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네이버로의 집중이 심하다. 그런 네이버가 권력을 블로거에 줬는데, 권력이란게 손에 쥐면 언젠가는 휘두르게 되어있다. 그 결과로 지금과 같은 사건이 터졌다.
블로터 닷넷 | [블로터포럼] 블로그마케팅, 블로거만의 책임인가?
블로터닷넷에서 주최한 ‘블로터포럼’에서 나온 포털 책임론 중 하나다. 포털 중 규모가 가장 큰 네이버, 특히 실제 문제가 발생한 곳이 네이버 이므로 이 책임은 네이버에 있고, 그 와중에 네이버가 권력을 일반 블로거한테 넘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이 의견만을 두고 보자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거대 포털이고, 파워 블로그는 네이버가 선정했으며, 문제 자체도 네이버에서 발생했으니 네이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 언제부터 포털이 감투자리였나?

네이버가 권력을 위해 사업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억지라는걸 알 수 있다.
포털이 컨텐츠를 독점하면서 이것이 곧 “권력” 이 되었다는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강한 권력이고, 이를 휘두루게 되면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는 이데올로기가 섞였다고 볼 수 밖에 없는 해석이다. 애초에 어떠한 포털이라도 파워 블로그를 선정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컨텐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 뿐이지, 컨텐츠를 독점해 나라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포털 특성상, 아이디 마다 블로그가 자동적으로 생성됨을 염두에 둔다면 우수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블로그를 선정함으로써 이용자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생성된 권력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블로거에게 넘기는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그 권력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야 하는 것인가?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결론이 도출가능한 질문이다. 그 권력은 원래 블로거의 것이였고, 원래 블로거의 것이며, 블로거에게 있어야할 것이였다.
정말 포털이 잘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한 것인가?

사람을 믿느니, 완벽한 시스템을 추구해야 맞는게 아닐까?
전체적으로 포털 책임론에는 2가지 맹점이 존재한다. 첫째, 포털에 권력을 부여한 것은 블로거라는 점. 둘째, 문제를 일으킨 것도 블로거라는 점이다. 포털의 과도한 권력이 문제라면, 이 권력을 부여한 블로거 또는 네티즌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실제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포털이 아니라 블로거 개인이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반박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가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포털이 완전히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보자면, 상황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체나 기관, 또는 기업은 포털 밖에 없었고 포털 뿐이였다. 그것도 모자라 한국의 왜곡된 인터넷 환경에까지 책임을 거들먹거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근접적으로나마 ‘만악의 근원’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을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블로거와 네티즌 자신인데, 그런 의미로 보자면 만악의 근원을 키워낸 건 우리들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필자는 성선설을 믿지 않는다. 자고로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이해관계가 사람을 움직이는 법이다. 그곳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상 준 사기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결정적으로 막을 방법이 현재로써는 전무하다.
바꿔 말하면 블로거 스스로 자기 콘텐츠에 대한 자존심을 엄격하게 지켜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그런 사람이 블로거 사회에 넓게 퍼져야 자정·정화가 된다.
블로터 닷넷 | [블로터포럼] 블로그마케팅, 블로거만의 책임인가?
필자는 위 의견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대중이 ‘그러한 준 사기행위는 잘못됬다’ 라고 지적하는데도 불구하고, 현 블로거사회에는 그러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안일함, 더군다나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사람들이 착해지면 된다’ 라니. 자존심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불성설이 아닌가.
진정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블로그라고 완벽할 리?
만연한 풍토라면 풍토겠지만, 대부분 블로그라고 하면 100%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방금전까지 ‘인터넷에서 본 정보는 정확하지 않다’ 라고 하던 사람들이, 세탁기를 살때면 블로그에서 리뷰를 체크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리뷰는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믿기까지 한다! 방금전에 인터넷에 알바가 너무 많다며 욕하던 사람이, 스마트폰 살때는 꼭 블로그를 먼저 체크한다. ‘블로그=성지’ 라는 황당한 공식이 성립하는 순간이다.
이번 문제또한 비단 파워 블로거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길 원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만을 요구하는 현 사회의 풍토에도 에러가 있다. 예를 들어, 블로거가 허물없이 순수히 ‘공유’ 만을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한다고 한들, 실제로 해당 블로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거의 없다. 관련 행사를 관리하고 진행하면서 겪었을 일들은 말 그대로 무시당한채, ‘좋아서 퍼주는 일’ 이 아닌 이상 아예 실현불가능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 샀더라면 판매자가 일정 금액만큼의 수익을 볼 것을 예상하면서도, 블로거에게는 순수한 의미의 봉사만을 요구하는 현 상황을 과연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단 한번이라도 “당신은 봉사를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사익을 위해 만인을 속인 블로거도 블로거지만, 순진무구한 얼굴로 잔인한 부탁을 하는 네티즌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R